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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투표율 속에서 2기 집권 성공한 블레어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 6/8 줄리 하일랜드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목요일 총선에서 두 번째 임기를 확보했다. 659개 선거구 중 638개가 당락이 결정된 가운데 토니 블레어 총리는 167석 차이로 의회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이 최초로 두 번 연속 집권하는 것이다.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선거구의 대부분은 북아일랜드이다.

그러나 노동당의 승리는 이번 선거가 1918년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실로 인해 그 의미가 경감된다. 유권자의 약 59.1%만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2차대전 이래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1997년 총선의 71.6%와 비교되며 된다. 지금까지 노동당의 득표율은 1997년에서 2.4% 하락했다.
선거 결과는 거의 즉각적으로 보수당 지도자 윌리엄 헤이그의 사임을 야기했다. 보수당은 1920년대 이래 가장 오랫 동안 권좌에서 밀려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보수당 지지가 되살아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보수당은 8석을 잃었고 과거의 보수당 안전지대였던 롬포드와 태튼 두 석, 97년에 한 석도 없었던 스코틀랜드에서 한 석 등 8석을 승리했다.

그리니치 표준시로 오전 8시에 보수당 중앙당사 앞에서 언론에 발표한 극적인 성명을 통해 헤이그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쥐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이 후계자로 선택되는 즉시 당수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난관은 분명 심각하게 분열된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당수 경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러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일 것이다.
낮은 투표율의 결과 의회는 사실상 아무 변화도 겪지 않았다. 노동당 의석은 약간 줄어들고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의석은 조금 늘어났다. 이런 그림은

지난 4년간 다수 국민이 공식적 정치과정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훨씬 커졌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결과이다. 거대기업과 언론의 지지를 확보하긴 했지만 노동당은 주요 도시와 노동계급 밀집지역에서 득표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번 총선은 잉글랜드 529개, 스코틀랜드 72개, 웨일즈 40개, 북아일랜드 18개 등 총 659개 선거구에서 4천 4백만 명이 유권자였다. 영국의 단순다수득표제 아래 각 선거구는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투표자는 하나의 투표만을 한다.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투표에 관한 규정을 바꿨지만 다섯 명 중 세 명에 못 미치는 사람들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많은 지역에서 투표율이 50% 미만이었고 18%까지 하락했다. 지금까지 최저의 투표율은 유권자의 34.1%만이 참여한 리버풀 리버사이드-노동당 안전지대이다-로 1997년에 비해 17.5%의 하락을 보였다.

이는 정부에 표를 던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기권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향을 거스른 유일한 지역은 와이어 포리스트로 전직 의사인 리차드 테일러가 7천 표 차이로 노동당에 압승을 거둬 1945년 이래 두 번째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테일러의 "건강관심"당은 지방 병원의 응급실 폐쇄 등 보건의료 삭감에 항의하여 결성된 당이다.

자유민주당은 보수당에서 의석을 빼앗고 노동당 전통 지역에서도 선전을 기록하는 등 자축하는 분위기다. 반슬리에서는 5% 이상이 자유민주당 쪽으로 이동하면서 노동당의 절대 다수가 상당히 감소되었다. 자유민주당의 득표율 증대는 공공서비스 개선 자금 마련을 위해 세금 인상을 공약하는 등 자신을 노동당 좌파로 위치지운 노력 덕분이다. 자유민주당의 가장 두드러진 성공은 체스터필드에서 2,586표차로 승리한 것이다. 이번 선거 전까지 체스터필드는 선거에 앞서 은퇴한 노동당 좌파 지도자인 토니 벤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민족주의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노동당 혐오로부터 상당한 이득을 얻지는 못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갤로웨이와 어퍼니스데일에서 보수당에 의석을 내줬고 총득표율도 2% 하락했다. 웨일즈당(Plaid Cymru)은 한 석을 잃고 한 석을 얻었으며 근소한 득표율 증가를 보였다. 보수당은 여전히 웨일즈에 의석이 없다.

노동당에 대한 좌파적 대안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당들 가운데 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SSP)은 스코틀랜드의 72개 의석에서 7만여 표를 얻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사회주의동맹(SA)이 100개에 가까운 선거구에서 57,553표를 획득했다. 아서 스카길의 사회주의노동당(SLP)은 영국 전역 114개 선거구에 후보를 내서 57,075표를 얻었다. 파면당한 전임 노동당 장관 피터 만델슨과 스카길이 맞붙은 하틀풀에서는 2.4%만을 득표하여 공탁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올덤에서는 파시스트당인 영국국민당(BNP)이 공식 정당들의 난민 반대 캠페인을 활용, 도발을 야기하고 인종 갈등을 확대시켰으며 그 결과 선거운동 기간 중 아시아계 젊은이들과 경찰 사이의 폭동을 불러일으켰다. 국민당은 올덤의 두 개 선거구에서 11,000표를 획득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의 득표이다. 국민당 당수 닉 그리핀은 올덤 웨스트와 로이스톤에서 낮은 투표율 가운데 16%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블레어는 승리를 자축하고 있지만 그의 다수의석은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지지에 기반한 것이며, 따라서 노동당이 "통치를 위임받았다"며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의 대규모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대적인 기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레어 정부에 대한 사회적 반대는 아직까지는 수동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당도 자신들의 이해를 실질적으로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투표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지표들이 존재한다. 블레어 정부는 영국의 정치 기반을 확대시킨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이를 한층 축소시켰다. 주요 정당들이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일련의 파업과 도심 빈민지역 소요 등 선거 기간 동안 표면 아래서 사회적, 정치적 긴장이 자라나고 있었다.

보수당이 몰락했다고 해서 노동당이 허약한 입지에서 첫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연기시킨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는 사실이 감춰지진 않는다. 반체제 공화파들이 투표소에 총격을 가해 두 명의 경찰관에 부상을 입힌 북아일랜드의 경우 이른바 평화협정은 여전히 교착상태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정부는 영국이 유럽단일통화(euro)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시장(markets)이 노동당의 승리를 준비하고 유로화 회원국 가입에 관한 조기 국민투표에 대비하던 투표 당일 파운드화 가치는 15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국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4월 동안 제조업 생산고가 0.9% 하락-는 뉴스가 환율 폭락과 동반했다.